#3 정글만리를 읽고

태백산맥, 아리랑을 학창시절에 재미있게 본 기억으로 조정래 작가의 신작인 정글만리가 출간되자마자 꼭 시간이 나면 보려고 노리고 있었다. 소설책을 한번 잡으면 다른 일을 거의 하지 못하고 끝까지 한번에 보기에 이번 정글만리도 2일이라는 시간동안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빨리 읽은 책이 기억속에서도 빠르게 사라지기에 가슴 뛰는 감동이 아직 남아 있는 지금 글을 남겨본다. (하단의 글부터는 책에 대한 내용이 아주 조금 나옵니다.)

정글만리의 배경은 중국이다. G2로 부상한 중국에서 배이징대 한국 학생, 상사 주재원(아마 대우인터?), 포스코 영업 직원 등을 주인공으로 하여서 최근 중국의 변화와 더불어 사업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2009년에 중국을 방문한 기억이 있어서 그 때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책을 읽었다. 이 소설에서 재미있는 점은 중국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독자에게 이해를 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교환 학생 기간에 중국 친구들과 어울리고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내 룸매 또한 광둥성에서 온 23살의 중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중국 역사, 문화,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지난 3달간 함께 놀면서 같은 아시아 문화이지만 상당히 의뭉스러운 점이 많았다.

#1, 중국과 대만의 관계

 – 대부분의 중국 학생에게 타이완은 어떤 나라인가? 라고 물어보면 one of China 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반면에 타이완 학생에게 중국과의 관계를 물어보면 완전 독립된 나라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 학생들에게 대만은 독립된 국가가 아니냐고 하면 정말 엄청나게 열을 내면서 이야기한다.(거의 싸울 기세..) 이런 관계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또 신기한건 중국인과 대만인들끼리 영토에 대해서는 다투면서 여기서 연애는 많이 한다 역시 사랑에는 국경은 없다)

#2, 팀플을 하면서의 답답함

와..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팀플을 진행한다. 나는 바쁜 일이 없다. 너만 바쁘다. 이런식이다. 처음 한 두명의 중국인과 같이 할 때는 개인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5~8명이 될 수록 똑같은 행동이 반복되니까 중국 사람 전체의 답답함으로 커져갔다. 책을 보니 이런 걸 ‘만만디’라고 한단다. 굳이 해석하자면 ‘여유(배째라)’ 이런 뜻인데 이게 사람 복장 터지게 한다. 당장 내일이 제출인데 밥 먹고 오겠다. 친구 좀 보고 오겠다. 이런 식이다. 이것에 대한 이유도 책에서도 나와 있다. 이렇게 느긋하게 하면서 상대방 사람 자체를 보려고 한단다. 아무튼 나와는 잘 안 맞는다.

#3, 경제 관념

함께 밥을 먹거나 놀러 다니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1센트 즉 10원까지도 철저하게 받는다. 심지어 전화를 해서도 받는다. ‘너 나한테 $2 빌렸는데 언제 줄꺼야’ 이런 전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 보면서 놀랐다. 그러면서 몇 십, 몇 백만원짜리 명품은 잘도 산다. 상상도 못할 비싼 시계를 가지고 다니는 내 중국인 친구들..

#4, 한국보다 개방적인 여성

한번은 중국인 여자 친구들과 동거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엄청나게 개방적이다. 동거를 숨기지도 않고 결혼하기 전에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남자도 이것에 대한 큰 반감이 없다. 유교는 분명 중국에서 시작했는데 유교적 사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같이 이야기 하면 남자인 내가 화끈화끈한 질문이 한두개가 아니다. 역시 대륙의 여성

#5, 지역 감정

한국처럼 지역 감정이 큰 건 아닌데 분명 존재한다. 언어도 약간씩 다르고 가끔은 자기들도 서로의 중국어를 못 알아 듣는다. 또한 자기들 사이에서도 시골에서 온 사람을 촌놈이라고 놀리거나 으스대는 경향이 항상 있다. 재미있는 건 한국의 남남북녀와 다르게 중국은 남녀북남인데 책에서 읽은 후에 룸메한테 물어보니 상하이쪽에서 온 여자를 최고의 여자라고 좋아하고 하고 북쪽 남자를 최고의 남자로 좋아한단다. 그리고 대만이 남쪽에 있어서 그런지 여자들이 훨씬 이쁘다.(그래서 중국 남자들이 대만 여자를 좋아하는듯..)

#6, 체통(허세?..)

사람 많은 곳에서 자신의 신분이나 자기 자랑을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 가령 ‘내가 밴드를 했고 복싱을 했고 그래서 여자한테 인기가 진짜 많았고..블라블라..’ ‘우리 아빠가 상하이에서 무슨 사업.. 블라블라’ ‘내가 피아노를 기가막히게 연주하는데..블라블라’ 이렇게 말해서 나는 장난으로 한번 보여달라고 해서 막상 연주하거나 복싱을 보면,,,그렇게 자랑할 정도는 아닌데 항상 자랑한다. 이렇게 체면을 중요시 하는 것이 중국의 문화라고 한다.

이 외에도 경제는 발전하는데 왜 사회적으로는 낙후되었는가? 마오쩌둥을 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존경하는가? 중국은 여자보다 남자의 입김이 왜 이렇게 강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아졌다.더불어서 상사원이 되고 싶은 욕구가 상당히 높아졌다. 물론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겠지만 실제 주인공이 중국에서 영업을 하면서 ‘꽌시’ 즉, 정부와의 연줄을 형성하고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업을 수주하는 그 과정이 흥미로웠다.

내가 전공을 더 깊이 배우고 여러 회사에서 인턴을 할 수록 느끼는 것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이것은 자리가 올라 갈 수록 중요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숙제이다.

작가가 직접 중국에서 현지 조사를 통해 집필을 했다는 정글만리. 경영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고 중국에 대해 새로운 눈을 가지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중국 관리의 횡포로 사업이 원활하지 못할 때 했던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괜시리 내 마음속에 계속 아른거린다.

‘비즈니스의 알파요 오메가가 뭐요?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정신을 투철하게 세우고 있으면 다 되는 일이오, 백 번 거절당해소 천 번 찾아가서 내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게 그 정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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