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보는 미드 중에 ‘How I met your mother’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Ted라는 주인공이 아내를 만나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5명의 캐릭터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특히 Barney의 여성을 꼬시는 창의적인 방법과 그의 유행어는 시즌 내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제공합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뉴욕의 한 거리인데, 주로 Bar나 미국 가정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저는 태어나서 한번도 뉴욕을 가본적도 없고 졸업 파티, 결혼 방식과 미국 가정생활 등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에서 충분히 웃고 스토리를 즐기면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언어적 장벽은 존재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교환 학생 기간에 느낀 문화 컨텐츠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이야기 하나. 제가 있는 미국 학교에는 제 룸메이트를 포함하여 상당히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미국이 워낙 헬스장이 무료이고 잘 되어 있다 보니 중국 학생들과 함께 이용할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이 때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자 학생들이 스마트폰, 테블릿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데 10명중에 8~9명은 한국 프로그램 런닝맨입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잘 안보는 런닝맨을 너무 즐겁게 보고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이 친구들은 이상하게(?) 광수를 참 좋아합니다) 방으로 돌아와 룸메이트와 바로 옆방에 사는 찐찌엔에게 물어보니 중국에서도 런닝맨의 인기는 엄청나고 찐찌엔은 금쪽같은 내 자식, 주군의 태양 등 당시에 한국에서 방영 중이던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챙겨보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서 보는 것보다 한국 컨텐츠가 더 강하게 중국인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야기 둘. 한국에 살았던 서울대 기숙사는 각 동별로 특성이 없었지만 미국의 기숙사는 이름도 있고 각각의 뚜렷한 특성도 있습니다.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 슬래데린 같은 것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Homan은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로 공부를 좋아하거나 자기 색깔이 뚜렷한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흔히 다른 건물 친구들은 Nerd, 오덕, 뚱뚱한 애들 등등으로 비하하기도 하지만 정말 순수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같이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진격의 거인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Attack on titan이라고 알려진 진격의 거인은 한국만큼의 큰 인기는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날이면 저를 비롯한 대만, 중국, 일본의 아시아계 친구들과 맥시코, 칠레의 남미 친구들 그리고 흑인, 백인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에니메이션을 감상합니다.
(로비에서 다 같이 에니메이션을 즐기는 Homan 친구들)
이야기 셋. 여기서 만난 친구 중에 Monica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Nicaragua(중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친구로 한국 라면과 잔치 국수를 좋아하는 한국 문화의 열렬한 팬입니다. 간단한 한국말은 기본이고 술 게임, 사투리까지 구사합니다. 모니카는 한국 드라마에 엄청난 팬인데 응답하라 1997, 꽃보다 남자, 주군의 태양, 로맨스가 필요해 등등 과거의 드라마는 물론이고 최근에 하는 응답하라 1994까지 시청하고 있습니다.(그로 인해 저를 봤을 때 호야와 닮았음을 알아챘다는…) 전혀 다른 문화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몇가지 요소를 꼽아줬습니다.
‘미국 드라마는 한편 한편이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지는 것에 반해 한국은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다. 그래서 다음회를 기다리게 된다.’, ‘다양한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어 보는 재미가 있다’, ‘미국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20~30분인데 반해 한국은 60분이라서 몰입도가 높다’, ‘인간의 감정을 더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하게 표현하여 좋다’
이렇게 한국과 미국 드라마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말해줬습니다. 흔히 한국 드라마의 소재가 불륜, 신데렐라 스토리 등이라 서양에서 소구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포맷 자체가 미국과는 달라서 아직 큰 영향력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California에는 많은 라틴계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한국 문화를 참 좋아하는 Monica!)
이렇듯 교환 학생 기간에 미국에서 느낀 점은 언어, 문화가 달라도 이제 전 세계인이 같은 컨텐츠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 문화를 아시아인이 즐기는 것은 과거부터 지속해왔던 것이라 특이할 것은 없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과거 일방적인 서양 문화의 수용이 아닌 상호 교류가 점차 증진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시말해 미국 -> 아시아의 일방적인 문화 수용이 아닌 아시아 <-> 아시아, 미국 <-> 아시아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미국인 중에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사람의 수는 크지 않지만(애니메이션은 예외로 하고..) 분명 커지고 있고 앞으로 가 주목되는 시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확장되는 문화 컨텐츠 시장은 크게 두 가지의 영향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화적 영향과 경제적 영향입니다. 굳이 강남 스타일을 미국 친구들과 함께 부르고 한국어로 인사하는 상황들을 설명하지 않아도 실제로 와보면 한국 문화에 대해 의외로 깊이 알고 있습니다. 어른을 존대하는 것, 김치와 라면처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저희와 함께 즐깁니다. 사실 가장 큰 무형의 이득은 낯선 외국 친구들을 만났을 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호적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봐 준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영향력입니다. 특히 미국인의 문화 소비 형태가 아시아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와 런닝맨을 다운을 받아서 시청합니다. 반면 미국 친구들은 돈을 내고 소비합니다. 이에 따른 수입과 부가적인 관광 및 저작권 수익도 앞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지 재미있게 지켜봐야 할 요인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서 이미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Netflix처럼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Dramafever라는 서비스는 MBC, SBS, KBS, TVN, CCTV 등과 제휴하여 한국 드라마/예능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업로드 속도인데 미국 시간으로 새벽에 한국에서 방영하면 다음날 아침이면 영어, 라틴어, 중국어 자막과 함께 업로드가 되어 있습니다. BM은 단순한데 $7.5 ~ $10을 내면 한달 동안 No ad 버전으로 모든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 사용자도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DramaFever에 대해서 조사를 조금 해보니 Youtube의 Steven Chen에게 투자도 받았고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이 Founder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Monica가 프리미엄 회원이라 몇 번 이용해 봤는데 디자인도 예쁘고 편리했습니다. (매출 및 고객수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찾기가 어렵더군요.)
(Dramafever의 Co-CEO인 Seung Bak의 인터뷰)
짦은 교환 기간에 느낀 점이라 정확하지 않은 점도 과장된 점도 있겠지만 분명 언어에 상관없이 즐겨지고 있는 컨텐츠 시장은 흥미로웠습니다. 더불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IT 기술의 발전도 눈 여겨 볼 만했습니다. 과거에는 거실에 있는 TV가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일한 스크린이었고 통제권도 주로 가장에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스마트폰, 노트북, 아이패드 등 개인화된 스크린이 점차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 스크린을 채울 컨텐츠 시장이 높은 성장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불어 그 시장에서 한국 컨텐츠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